인간은 누구나 고통 없는 삶, 즐겁고 행복한 삶을 염원합니다. 그것은 반대로 인간의 현실적인 삶이 그만큼 괴롭고 불행할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현실의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인간은 마음의 안식처로 삼을 신앙의 대상을 갈구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종교적 동물’ 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독특한 특성은 인간은 ‘이성(理性)을 가진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오늘날 찬란한 현대문명을 이룩하고 세계를 경영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이성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사 안에서 이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 이성의 한계너머에 있는 것, 그래서 이성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 그것을 우리는 궁극적인 문제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인간은 왜 살아야만 하는가, 인간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나는 왜 하필이면 이런 사람으로 태어났는가 하는 등과 같은 물음에 대해서 이성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물음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이성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이러한 물음에 대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종교뿐일 것입니다. 철학도, 예술도, 학문도 그 무엇도 이러한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면 누구나 이러한 물음을 향한 욕구를 저버릴 수 없으며 종교는 바로 이러한 궁극적 물음에 관한 해답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체계인 것입니다.
인간은 찰라적이고 제한된 삶에 만족하지 않고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아 실현시키려는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는 믿음이라는 곳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러한 이상을 실현시켜 나갑니다. 종교는 믿음 중에서도 가장 영원하고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무엇에 관한 믿음입니다. 다시 말하면 종교는 믿음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고 불안을 극복하게 해주는 체계인 것입니다. 종교적 행복은 완전한 행복, 절대적 행복입니다. 왜냐하면 종교적 행복은 인간에게 자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이나 구원과 같은 종교의 궁극적 성취는 인간을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합니다. 진정한 종교의 체험은 심지어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마저도 초월하게 하는 자유, 즉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돈이나 권력등을 통한 일시적이며 제한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여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 종교인 것입니다. 이러한 완전한 자유에서 오는 행복감은 일시적이거나 제한적인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이 가짐으로써 행복감을 추구하게 하는, 그래서 항시 있으면서도 갈증을 느끼게 하는 그런 불완전한 행복감이 아니라 종교적 행복감은 그 자체로써 만족한 완전한 행복인 것입니다.
또한 종교는 ‘나’ 보다도 ‘너’ 를 위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떤 종교이던 진실된 종교는 모두 ‘나’나 ‘우리’보다도 ‘너’나 ‘너희’ 혹은 ‘그’나 ‘그들’을 위해서 살라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종교라는 것은 인간의 궁극적 관심에 해답을 제시하며 믿음을 가짐으로써 불안감을 이겨나갈 수 있게 합니다.
종교는 인간이나 우주 만유가 자신의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주 안에 있으라’ 하고 ‘주의 품에 안기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으라’고 합니다. 종교 중에서도 불교는 내가 우주의 주인이 되어 나의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위대한 가르침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