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한국불교의 정통법맥을 이어온 韓國佛敎 太古宗
연기법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연기를 관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러므로 근본 가르침들은 모두 연기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는 것이며 연기의 의미를 아는 것이 불교의 사상 그 자체를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아함경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연기는 이치이고 진리이기 때문에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건 나타나지 않건 그것과는 상관없이 영원히 존재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이 연기의 법칙이 당신이 만든 것도 아니며, 부처님의 세상 출세 여부와 관계없이 진리로서 변함없는 것으로써 당신은 다만 이 진리를 깨달았을 뿐이라고 말씀하셨고 또한, 부처님께서는 "만약 연기를 보면 곧 법을 보고, 법을 보면 곧 여래(부처)를 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연기(緣起)란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로서, 인연(因緣)은 조건이나 원인을 나타내는데 여기서 인(因)은 '직접적인 원인'을 가리키고 연(緣)은 '간접적인 원인'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연기란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하여 현상이 일어나는 이치' 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인과법, 인연법, 연생연멸의 법칙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연기의 일반적인 정의로서는 보통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이처럼 어떤 것을 연(緣)하여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다른 것과 서로 관계하여 존재한다는 것으로써 그 자체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상주불변(常住不變)의 것은 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그것을 형성시키는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만 그리고 상호관계에 의해서 존재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는 것으로써 결국 연기설이란 ‘모든 존재의 관계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원인이 되고 다른 것이 어떤 것의 결과가 된다고 하는 관계는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가 말하여진 본래의 목적은 단순한 일반적 현상보다도 오히려 인간의 고뇌가 어떠한 조건과 원인에 의해 생겨나고 어떠한 인연 조건에 의해 사라지는가 하는 인생의 고통과 즐거움의 운명에 관한 것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연기설이 밝히고자 하는 현상은 단순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선악업(善惡業)과 그 과보에 따른 인간의 고통과 행복같은 윤리적, 종교적인 가치관계의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기의 인과관계에는 과거세로부터 현재, 미래세에 이르는 인과응보의 사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십이연기설(十二緣起設) ① 무명(無明:avida) 글자 그대로 명(明 지혜)이 없다는 말입니다. 올바른 법, 즉 진리에 대한 무지(無知)를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는 연기의 이치에 대한 무지이고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무지입니다. 괴로움(苦)는 진리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기므로 무명은 모든 고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됩니다. 무명을 조건으로 해서 행이 생겨납니다. ② 행(行:samskara) 업(業:karman)을 가리킵니다. 행에는 몸으로 짓는 신행(身行)과 언어로 짓는 구행(口行)과 마음으로 짓는 의행(意行)이 있습니다. 행은 진리에 대한 무지, 즉 무명 때문에 짓게 되고 그것을 지은 존재의 내부에는 반드시 행의 잠재적인 형태가 남게 됩니다. 행을 조건으로 해서 식이 있습니다. ③ 식(識:vijnana) 인식작용으로써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 등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식이란 표면적인 의식뿐 아니라 잠재의식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꽃을 볼 경우 꽃이라는 인식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전에 꽃을 본 경험이 잠재의식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았다는 과거의 경험은 과거의 행으로써 과거의 행이 없다면 현재의 인식작용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행을 조건으로 해서 식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식을 조건으로 해서 명색이 있습니다. ④ 명색(名色:nama-rupa) 식(識)을 연하여 명색이 일어나는데, 색(色)은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고 명(名)은 비물질적(非物質的)인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명색의 발생은 물질적인 것(육체)과 비물질적인 것(정신)이 결합된 상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식작용에 인해 일체의 존재가 현상적으로 나타남을 말합니다. 명색을 조건으로 해서 육처가 있습니다. ⑤ 육처(六處:sa-d-ayatana)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마음[心]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 즉 육근(六根)입니다. 이는 대상과 감각기관과의 대응작용이 이루어지는 영역을 말합니다. 육처을 조건으로 해서 촉이 있습니다. ⑥ 촉(觸:sparsa) 지각을 일으키는 일종의 심적인 힘으로써 눈, 귀, 코, 혀, 몸, 마음 등 여섯 가지의 감각기관에 의한 육촉(六觸)이 있습니다. 촉은 육입에 의해서 생긴다고 되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육처만에 의해서가 아니고 식(識), 명색(境), 육입(根) 등 3요소가 함께 함으로써 발생하게 됩니다. 촉을 조건으로 해서 수가 있습니다. ⑦ 수(受:vedana) 즐거운 감정, 괴로운 감정, 즐거움도 괴로움도 아닌 감정과 그 감수(感受)작용을 말합니다. 감각기관과 그 대상 그리고 인식작용 등의 3요소가 만날 때 거기에서 지각을 일으키는 심적인 힘이 생기게 되고 그 다음 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수는 촉을 조건으로 해서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수를 조건으로 해서 애가 있습니다. ⑧ 애(愛:trsna) 갈애(渴愛)라고 하는데 보통 목이 타서 갈증이 나면 오로지 물을 구하기에 그치지 않는 것처럼 항상 능동적으로 만족을 구하는 인간의 본능적, 맹목적, 충동적 욕망을 말한다. 애를 조건으로 해서 취가 있습니다. ⑨ 취(取:upadana) 집착을 의미합니다. 맹목적인 애증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애착으로, 인간의 미혹한 생존은 바로 집착에 근거한 것입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욕망이 생기면 뒤따라 그것에 집착심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애를 조건으로 해서 취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취를 조건으로 해서 유가 있다. ⑩ 유(有:bhava) 존재를 의미합니다. 있다(be), 된다(become)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생사(生死)하는 존재(存在) 그 자체가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를 조건으로 해서 생이 있습니다. ⑪ 생(生:jati) 유로 말미암아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생이 있게 되면 필연적으로 늙음과 죽음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고(苦) 즉 근심, 비애, 고통, 번뇌, 번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⑫ 노사(老死:jara-marana) 태어난 자는 필연적인 결과로서 받아야 하는 늙음과 죽음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정신적인 괴로움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뜻은 인간의 죽음은 진리에 대한 자신의 무지(無知)에서 연기(緣起)된 것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죽음의 과정과 실상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최종적인 해명이 이 십이연기설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
삼법인(三法印) ① 제행무상(諸行無常) 제행(諸行)이란 일체의 만들어진 것 다시 말하면 물질적 정신적인 모든 현상을 가리킵니다. 무상(無常)은 항상(恒常)함이 없으며 변화하고 변천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제행무상이란 ‘모든 존재는 항상함이 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라는 의미입니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바뀌고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산이나 바위 같은 것은 외견상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것일 뿐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존재란 여러 요소들이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모여 있는 집합체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고정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존재도 무상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② 제법무아(諸法無我) 제법(諸法)은 ‘모든 존재’를 의미하고, 무아(無我)라는 말은 ‘아(我)가 없다’ 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我)’란 생멸변화를 벗어난 영원하고 불변적인 존재인 실체 또는 본체를 말합니다. 따라서 제법무아는 ‘모든 존재에는 고정불변하는 실체적인 아(我)가 없다’ 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존재는 비실체적인 여러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속에 고정 불변한 실체적인 아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제법무아라고 해서 현상적인 존재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정하고 있는 것은 단지 고정 불변하는 실체적인 아(我)뿐인 것입니다. 무아(無我)이론의 특징은 모든 것에는 고정성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고정성이 없는 것을 무자성(無自性)이라고도 하는데 자성(自性)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독립된 형이상학적 존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③ 일체개고(一切皆苦) ․ 열반적정(涅槃寂靜) 일체개고(一切皆苦)란 모든 변하는 것은 괴로움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즉 무상하기 때문에 고(苦)라는 것입니다. 제행무상의 진리는 부처님 자신이 실제로 체험하고 성찰한 결과에서 나온 것으로써 모든 것이 무상하다고 하는 자각은 결국 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열반(涅槃)이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nirvana’음역한 말로 꺼졌다고 하는 의미, '무(無)'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육체가 없다' '육체가 없어졌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미혹'이 '없는' 상태도 말하는 것입니다. 즉, '미혹'이 완전히 없어지고, 이제부터 영원히 '번뇌'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는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열반이라고 하는 것이 바른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열반적정'이란 '미혹을 완전히 불어 꺼버렸기에, 인생의 괴로움이라는 것이 모두 없어져, 평온하고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
사성제(四聖諦) ① 고성제(苦聖諦) 괴로움에 관한 진리입니다. 즉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 구하지만 얻지 못하는 것 등 우리 인생은 온통 괴로움 투성 이라는 것이 첫 번째 진리입니다. 사성제의 출발이 이처럼 고통인 것은 나쁜 것을 먼저 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이 고통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하고, 보게 함으로써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② 집성제 (集聖諦) 괴로움의 원인에 관한 진리입니다. 즉 이 세상이 이와 같이 괴로운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갈애(渴愛)’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갈애란 타는듯한 목마름과도 같은 집착을 뜻하는데, 현실의 모든 것들은 일정한 조건에 의해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거기에 끈질기게 집착하고 그로 말미암아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즉 인생에 고가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 원인을 규명하는 진리입니다. ③ 멸성제(滅聖諦) 괴로움의 소멸에 관한 진리입니다. 괴로움은 갈애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갈애만 없애면 괴로움은 자연히 소멸하여 영원히 평안하고 안락하며 아무런 걸림이 없는 이상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즉 고통의 원인이 멸하면 그 결과로써 받게 되는 고통도 없어진다는 진리입니다. 불교에서는 그러한 경지를 열반(涅槃)이라 합니다. ④ 도성제(道聖諦) 괴로움이 소멸된 이상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서, 그것은 여덟 가지 바른 길 즉 팔정도(八正道)를 이야기합니다. 즉 멸제에 이르기 위한 실천 방법입니다. 고통의 원인과 그 원인만 제거하면 열반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는 진리입니다. |
① 정견(正見) 바른 견해이며, 불교의 바른 세계관과 인생관으로서의 인연과 사성제에 관한 올바른 지혜입니다. ② 정사유(正思惟) 바르게 생각하고 의지를 바르게 갖는 것입니다. 몸과 말에 의한 행위를 하기 전의 바른 의사 바른 마음가짐입니다. 탐욕스러운 생각, 성내는 생각,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온화한 마음, 자비스러운 마음, 청정한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③ 정어(正語) 정사유 뒤에 생기는 바른 언어적 행위입니다. 망어(妄語:거짓말), 악구(惡口:나쁜말), 양설(兩說:이간질 하는 말), 기어(綺語:속이는 말)를 하지 않고, 진실하고 남을 사랑하며 융화시키는 유익한 말을 하는 일입니다. ④ 정업(正業) 정사유 뒤에 생기는 바른 신체적 행위입니다. 살생, 투도, 사음을 떠나서 생명의 애호, 시여자선(施與慈善:자비로 베풂), 도덕을 지키는 등의 청정한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⑤ 정명(正命) 바른 생활입니다. 바른 직업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옳은 일에 종사하고 올바른 가정생활과 직업생활을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⑥ 정정진(正精進) 올바르고 부지런한 노력입니다. 악한 마음을 경계하고 옳은 일에는 물러섬 없이 밀고 나가는 정열과 용기를 뜻하기도 합니다. 선(善)을 낳고 증대시키되, 이에 어긋나는 악을 줄이고 제거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⑦ 정념(正念) 바른 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관찰하며 바르게 깨어있음을 말합니다. 사념처(四念處) 즉 신체, 느낌, 마음, 그리고 모든 현상은 항상 변하며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늘 새기며 집착 때문에 일어나는 괴로움의 실상을 잘 파악하여 수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⑧ 정정(正定) 올바로 마음을 안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번뇌, 망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한곳에 바르게 집중한 올바른 정신집중, 올바른 선정(禪定)을 가리킵니다. |
삼과설(三科說 : 오온, 십이처, 십팔계설) ① 색(色 : rupa) 물질로서의 육체를 가리킵니다. 육체는 4가지 기본요소인 사대(四大)와 사대에서 파생된 물질인 사대소조색(四大所造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대란 지, 수, 화, 풍으로 지(地)는 뼈, 손톱, 머리카락 등 육체의 딱딱한 부분이고, 수(水)는 침, 혈액, 오줌 등 액체부분이며 화(火)는 체온이고, 풍(風)은 몸속의 기체 즉 위장 속의 가스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사대소조색이란 사대로 이루어진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인 눈, 코, 귀, 혀, 몸 등을 말합니다. ② 수(受 : vedana) 괴로움과 슬픔 등의 감수작용입니다. 수는 내적인 감각기관과 그것에 상응하는 외적인 대상들과의 만남에서 생기는데 수에는 즐거운 감정과 괴로운 감정 그리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는 감정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③ 상(想 : sanna) 대상의 취상작용(取象作用) 또는 심상(心象)입니다. 상 역시 감각기관들과 그것에 해당되는 대상들과의 만남에서 생기는데 상은 이들 대상들을 식별하고 그 대상들에게 이름을 부여합니다. ④ 행(行 : sankhara) 의지작용 및 그 밖의 정신작용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윤리생활을 할 수 있고 업을 짓게 되는 것은 이 행의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넓은 의미로서의 행은 수, 상, 식을 제외한 모든 정신작용과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⑤ 식(識 : vinnana) 인식 판단의 의식작용을 의미합니다. 즉 객관의 사물을 분별, 판단, 인식하는 마음의 작용을 말합니다. 이 오온설은 인간 존재란 색, 수, 상, 행, 식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잡아함경에서는 이것을 “마치 여러 가지 재목을 한 데 모아 세상에서 수레라 일컫는 것처럼 모든 온이 모인 것을 거짓으로 존재라고 부른다” 라고 비유로써 설명하고 있는데 수레는 바퀴, 차체, 축 등 여러 요소가 모였을 때 비로소 존재하며 이 요소들과 관계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 존재도 다섯 가지 요소가 모일 때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도 성립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각 요소들은 모두 비실체적인 것이므로 이와 같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인간 존재 역시 비실체적이라는 것이며 여기에는 고정 불변적이거나 초월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2. 십이처설(十二處設) 우주만물의 모든 일체가 인식하는 것(六根)과 인식되는 것(六境)에 의한 십이처에 포섭되어 있다는 것으로써 십이처란 눈과 색,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촉감, 의지와 법이라는 교설입니다. 십이처설은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이며 모든 존재에 대한 일종의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는 일월성신을 비롯해서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십이처에 모두 포섭된다는 것입니다. 한 때 생문(生聞)이라는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일체(一切)라고 하는 그 일체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당시의 인도에서 일체(一切 : sarvam)라는 말은 '모든 것(everything)'을 의미하는 말로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우주 전체를 가리키는 대명사였습니다. 부처님은 생문 바라문에게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일체는 십이처(十二處)에 포섭되는 것이니, 곧 눈과 색,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촉감, 의지와 법이다. 만일 이 십이처를 떠나 다른 일체를 설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다만 언설일 뿐, 물어 봐야 모르고 의혹만 더할 것이다. 왜 그러냐면 그것은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이다."<잡아함 卷13> 이 십이처설은 인간이 인식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모든 존재는 인간의 인식을 중심으로 존재한다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제시하고는 것으로써 불교의 기본 교리인 연기설의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3. 십팔계설(十八界設) 십팔계설이란 십이처설이 주로 물질적인 색법(色法)의 분류인데 비하여 십팔계설은 여기에 심법(心法)을 추가하여 색(色), 심(心) 양면을 다 포함하는 일체만유(一切萬有)의 분류법입니다. 즉 십이처에 인식작용의 주체인 육식(六識)을 포함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열여덟 가지를 말합니다. <십팔계> ① 눈, 귀, 코, 혀, 몸, 의지의 여섯 감각기관인 육근(六根) ② 색, 소리, 향기, 맛, 촉감, 생각의 육경(六境) ③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 육식(六識) 우리의 모든 심적 활동은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이 그 대상 경계인 육경(六境)을 대함으로써 일어납니다.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을 대할 때 '이것은 이렇다 저것은 저렇다' 하는 등의 인식작용을 일으키는 주체는 바로 이 육식(六識)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모든 심적 활동은 감각 기관인 육근(六根)과 그의 대상인 육경(六境)과 인식주체인 육식(六識)과의 세 가지가 합쳐졌을 때에만 일어나는 것입니다. 만일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결코 우리의 심적 활동은 일어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육식(六識)이란 별개의 체(體)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일심(一心)이 육근(六根)을 통하여 그 대상 경계인 육경(六境)을 대하여 심적 작용을 일으킬 때 각기 식(識)의 이름을 얻어 육식(六識)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일심(一心)이 눈을 통하여 색경(色境)을 대함으로써 심적 작용을 일으키면 안식(眼識)이 되고, 이근(耳根)을 통하여 성경(聲境)을 대함으로써 심적 작용을 일으키면 이식(耳識)이 되고, 이렇게 하여 육식이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관과 객관과의 문제를 놓고 보면 십이처설에서는 육근이 주관이요 육경이 객관이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육근도 또한 물질적인 것이라 주관이 될 수 없는 점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십팔계에서는 육식이 더해지므로 육식이 참다운 주관이 되고 육경과 육근은 함께 객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오온설(五蘊說)이 마음(心)에 치우치고 십이처설이 물질(色)에 치우친 데 비해 이 십팔계설은 색(色), 심(心) 양면을 고르게 통섭(統攝)하여 분류한 것으로써 우주의 일체만유를 가장 보편적인 분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온설, 십이처설, 십팔계설은 다 같이 우리 인생을 중심으로 한 일체만유의 분류법으로 흔히 삼과설(三科說)이라 하여 한데 묶어져 설하여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