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민이 멈춘 자리가 수행자의 고향이라”
태고총림 선암사 방장 지암 스님
오늘은 지난 삼동구순(三冬九旬) 동안 본사 칠전선원에서 행해진 동안거의 해제일입니다. 우선 견성대오(見性大悟)의 굳은 의지로 용맹정진하신 수좌스님들과 본사 대중스님들께 심심한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無憍甘露跡(무교감로적)
放逸是死徑(방일시사경)
無慢則不死(무만즉불사)
慢者即是死(만자즉시사)
교만하지 않는 것이 곧 감로의 길이요,
방일한 것은 곧 죽음의 지름길이라!
게으르지 않는 것이 곧 죽지 않는 길이요,
게으름은 곧 죽음이라.
《아함경》에 전하는 부처님의 게송입니다. 우리 납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는 법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수행자도 저마다 근기가 다르기에 정진해나감에 있어서 얻은바 역시 제각각일 것입니다. 당장에 큰 깨침을 얻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입니다만, 그렇지 못하다고 하여 결코 낙담할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동쪽으로 기운 나무는 동쪽으로 쓰러진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처럼, 여러분의 정진은 결국 여러분 스스로를 불지(佛地)로 기울어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릇 수행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방일(放逸)’과 ‘나태(懶怠)’입니다.
《유행경》에서 부처님께서는 “그러므로 비구들아, 방일하지 마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선도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얻는다.” 라고 하셨습니다.
수행자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욕망에 끌려 다니며, 게으르다면 곧 그 생명을 잃은 것입니다. 죽은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짧고,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결코 방일하지 않고 어디에서나 항상 정진하기를 당부드립니다.
勿憂欲知何處來 (물우욕지하처래)
休悶其處衲子鄕 (휴민기처납자향)
無憂殿月無許坐 (무우전월무허좌)
檐先老鵲無痕去 (첨선노작무흔거)
어디서 왔는지 굳이 알려고 근심하지 말라.
번민이 멈춘 그 자리가 수행자의 고향이라.
무우전에 달빛이 허락 없이 내려앉으니,
처마 끝의 늙은 까치는 흔적 없이 떠났더라.
불기2567년 정월 보름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방장 지암
한국불교신문 webmaster@kbulgy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