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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신문 2022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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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외 1편
                                                                       홍서연

십이월,
마른 나뭇가지 위에 어미 새가 집을 짓는다
앙상한 바람 사이로
고집멸도의 지푸라기를 얹는다
하루 사흘 그리고 며칠,
바닥에서 퍼드덕거리는 아기 개똥지빠귀
모닥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
휘이 휘이, 여린 휘파람 소리
나지막이 저 먼 치서 들리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겨울 잎새 하나, 와불 와불 굴러다닌다.


중력 너머

식물의 뿌리가 아래로 자라는 것처럼
폭포가 너의 우듬지를 때리는 것처럼

생활 밖으로 뻗어가는 중력은
어둠의 적막으로 향하는 것만은 아니지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설 때마다
벽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할 때마다
벽은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 오르지

멀어지는 사랑만큼 벽 따라 골은 파이고
몸을 밀어 넣을수록 자라나는 욕망은 휘어지고

깊고 깊은 밥을 배부르게 먹고
달고 맛있는 잠을 늘어지게 잡니다

속눈썹을 붙이고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고 속옷을 고를 때마다
별똥별이 어릴 적 뒷산으로 몸을 누인다

보라매가 지상의 먹이를 향하여 수직으로 하강하듯이
떨어지는 소행성의 조각들, 타닥타닥 빛으로 떨어지고

접혔다 펴지는 굽은 가로등, 그리하여 환한 저녁이여
평범한 일상이 외출이 되는 중력 너머

흡사 다족류 우주인의 발처럼
한 발 두 발 밀어내면 낼수록 가까워지는,

【시 당선 소감】몸속에 박힌 기억 하나하나 꺼내 시로 지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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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연
 

내 몸속에 박힌 기억 하나하나 소중하게 꺼내 한 올 한 올 수제 뜨듯 저만의 시를 지어보겠습니다.

가발공장에서 일을 하던 기억으로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를 하며 시의 꿈을 키웠습니다. 다시 중앙대학교 전문과 과정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글 쓸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이승하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김영산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지도해주신 선생님들, 함께한 문우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우리 엄마 이이자 여사님, 이제 큰딸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큰아들 이성일. 작은아들 이성욱 우리 가족 모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1961년 충남 대덕 출생
-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중앙대 예술대학원 전문가과정 수료

【시 부문 심사평】언어의 탄력은 중력의 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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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과 김영산 시인
시를 낳아준 어머니가 은유라면, 시를 길러주는 어머니가 환유, 지금 현대시는 두 분의 어머니를 두고 혼돈에 빠졌다. 우주의 중력과 척력처럼 두 분이 꼭 필요한 존재이다. 어느 분을 사랑하든 시인의 자유이지만, 우주는 인자하지 않아서, 자식들을 혹독하게 내친다. 미끄러지고, 떠도는 환유의 특성상 그를 붙잡을 수는 없다. 우주의 척력이 환유이다. 우주의 중심을 잡아주고 견디는 힘이 은유의 중력에서 오는 것이다. 견딤과 탈주 사이에서 시의 탄력과 밀도가 생기지만 어느 별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종심에 올라온 두 사람의 작품들을 두고 심사위원간에 많은 의견이 오갔다. 최병수의 ‘금붕어는 알 리 없다 ─어느 병실’에서는 금붕어의 생을 통해 사람의 생을 읽어낸다. 병실 풍경을 무겁지 않은 탄력의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생의 중력이 죽음의 척력과 맞닿아 있음을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주제를 이야기하려 하지 말고 형상화하라는 시의 전언에 충실한 시이다. “거품이 입술 언저리에서 맴돈다”와 같은 섬세한 시의 눈이 오래 눈길을 머물게 하 였다. 다른 시편들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이 시를 당선작으로 밀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시편들이 좀 더 탄력 있는 밀도를 얻는다면 새로운 별이 탄생할 것이다.

심사위원간의 긴 논의 끝에 홍서연의 ‘수미산’과 ‘중력 너머’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초현실과 현실이 하나인 “수미산”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보면 세계의 중심에 있는 산이다. “어미새” 와 “아기 개똥지빠귀”의 이중적인 조장 (鳥葬) 의식을 통해 천상계와 지옥계가 하나임을 보여준다. 이 새들이 중력을 거스르며 하는 장례! 자본주의 장례식이다! 자본주의 척력, 수미산의 중력이 고요히 중심을 잡아준다. 시의 중력을 견디는 자가 시인이다. “중력 너머”에는 “환한 저녁”이 기다리고 있다. 이 시의 언어의 탄력은 중력의 탄력이다. ‘중력 너머’는 탄력의 시이다. 이 시인의 탄력에 믿음이 간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이승하 시인 ㆍ 김영산 시인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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