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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자라는 신기한 물건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고

한국불교태고종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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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자라 는 한 물건이 시방삼세(十方三世)와 제불조사(諸佛祖師)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일월을 산산이 부수었습니다.

대중(大衆)은 아시겠습니까? 누가 시방삼세(十方三世)를 다시 건설하고 제불조사(諸佛祖師)를 다시 모신 뒤 일월을 다시 밝히겠습니까?

〔양구(良久) 후에〕

이 산승(山僧)이 이를 터이니 대중(大衆)이 점검해 보십시오.

차물종하래 고금함구해(此物從何來 古今含九垓)
입야일물무 와야만반현(立也一物無 臥也萬般現)
본시무거래 여하유립와(本是無去來 如何有立臥)
풍취남강매 설타북동천(風吹南岡梅 雪打北崠泉)
 

이 물건은 어디로부터 왔는고. 예와 지금을 머금어 하늘 밖이로다. 일어서면 한 물건도 없고 누우면 모든 것을 다 나타낸다. 본래 오고 감이 없거니 어찌 일어나고 눕고가 있겠는가. 바람은 남쪽 언덕 매화에 불고 눈발은 북쪽 능선 샘물을 두드리네.

이러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주장자라는 물건은 참으로 신기하기 그지없는 물건입니다. 위음왕불 이래로 이날 이때까지 써 왔으나 다 쓰지 못하여 처음 같고 시방 세계가 다 무너져 흔적이 없어도 오롯하고 의젓하여 오히려 새롭습니다. 바르고 올곧아서 뭐라 이름 붙일 길 없어 주장자라 했습니다.

주(拄)자는 버틸 주자요, 장(杖)자는 막대기 장자이며, 자(子)는 아들 자자인데, 자(子)는 공자 또는 맹자 같은 분에게 붙이는 존칭이니 주장자를 다시 말하면 버티는 막대기 선생님이 됩니다. 이 막대기는 아무라도 짚고 다니는 막대기가 아니라 천지미분전(天地未分前) 소식을 아는 선지식이 아니면 쓰지 못하는 물건입니다.

알지 못하면 한낱 하잘 것 없는 작대기에 지나지 않고, 알면 보기만 해도 무섭고 두려워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쓸 줄 알면 제불조사와 천하성현이 모두 이 주장자에서 나왔고 아승지겁과 일월성신과 천지미물까지도 모두 이 주장자가 창조하였습니다.
쓸 줄 모르면 안으로 아상(我相)을 기르고 밖으로 탐진치의 독을 번지게 하여 삼악도로 속행하는 비수와 같습니다.
이 주장자라는 신기한 물건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고 하고 법상에 올라 산승이 안으로 비쳐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주장자는 예와 지금을 한 입에 담아 하늘의 안과 밖을 다 머금었습니다.

일어서면 티끌 하나 없고 누우면 삼라만상과 일월성신과 천지의 미물 모두 개개이 부처가 되어 활활자재 합니다.
그러나 신기하기 그지없는 이 주장자도 이 산승이 펴보니 온 곳도 없고 간 곳도 없는 것이나 또한 일어서면 한 물건도 없고 누우면 천지만물이 모두 나타난다고 함이 어디에 있는고?
오직 이 산승은 생각 생각 그침이 없이 무릎 아래를 되돌아 비쳐 볼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의 겨울은 몹시 추웠습니다.
그 추위의 바람은 남쪽 언덕에 언젠가 필 매화나무에 불고 있고 눈발은 선방 뒷산 아래 옛 샘물의 수면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이 산승의 삼동결제 석 달 동안의 살림살이가 이 뿐입니다.

시회대중들 여러분은 잘 보셨을 것입니다.

오늘의 해제대중도 삼동결제 동안 두문불출하고 선방에 들어 앉아 생사를 걸어두고 참선하였지요. 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에게 다 같이 스스로 알게 모르게 향상이 있었을 줄 믿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결제는 생사해탈을 마음먹을 때 이미 결제를 했고 우리의 진정한 해제는 확철대오의 그 날이 해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안거 동안 몇 분의 노스님 네가 열반에 드셨습니다. 어떤 스님은 말없이 가셨고 어떤 노스님은 열반송을 남기시기도 했습니다.

이 몸뚱이가 한 번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것은 범부나 성현이 다르지 않고 중생과 부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로부터 수많은 수행자들은 이 몸뚱이 나고 죽는 문제를 제외하고 그 이전의 근본을 얻음으로써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의 실증에 도달하려 정진하였 습니다.

도달한 분은 도달했을 때 자연히 오도송을 했고 열반함에 열반송을 읊었습니다.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중노릇을 했고 무슨 벼슬을 하고는 수행자의 올바른 이력은 아닙니다. 이는 이 몸뚱이 살아온 이력은 될지언정 깨달음의 이력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행자의 이력은 오도송과 열반송이 있을 뿐입니다. 수행자에 따라 오도를 했을지라도 오도와 열반의 경지에 아무 말이 없는 분도 있습니다.

오늘 비록 동안거가 해제되지만, 그 향상이 어떠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확연한 조사관의 타파가 있을 때까지 해제 결제에 구애받지 말고 정진 또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하좌(下座)하다〕

불기 2566(2022). 2. 15.
조계산 선암사 대각암 종정실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지허 합장


출처 : 한국불교신문(http://www.kbulgy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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